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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식

플로리다, 억만장자 20배 급증의 비밀: '부의 이동'이 아닌 '부의 팽창' 현상

by 빔캣 2025. 7. 17.

'선샤인 스테이트(The Sunshine State)' 플로리다가 이제는 '억만장자 스테이트(The Billionaire State)'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억만장자의 수가 무려  가까이 급증하며 미국 내 부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흔히 이 현상을 높은 세금을 피해 캘리포니아나 뉴욕을 떠나는 '부자들의 탈출'로 해석하지만, 데이터는 더 거대하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단순한 '부의 이동(Migration)'이 아닌, 미국 전체에서 일어나는 '부의 팽창(Expansion)'의 가장 극적인 사례다.

2001년부터 2025년까지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플로리다의 억만장자 수 변화를 보여주는 꺾은선 그래프. 플로리다의 가파른 성장세가 강조되어 있음.
2001년부터 2025년까지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플로리다의 억만장자 수 변화를 보여주는 꺾은선 그래프

 

눈부신 성장, 플로리다는 어떻게 '부의 자석'이 되었나?

포브스(Forbes)의 억만장자 데이터를 200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는 놀랍다. 2001년 단 6명에 불과했던 플로리다의 억만장자는 2025년 119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이러한 성장은 2020년 이후 더욱 가속화되어, 불과 5년 만에 90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플로리다에 둥지를 틀었다. 이는 같은 기간 텍사스의 억만장자 수(79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며, 전통적인 부의 중심지인 뉴욕(150명)의 뒤를 바짝 쫓는 규모다.

플로리다가 이처럼 강력한 '부의 자석'이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강력한 세금 인센티브다. 플로리다는 개인 소득세가 없는 9개 주 중 하나로, 고소득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주 차원의 소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세나 증여세도 없어 부의 이전 및 보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고 다음 세대로 승계해야 하는 억만장자들에게 다른 어떤 조건보다 우선시되는 혜택이다.

둘째, 삶의 질과 라이프스타일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골프 코스와 요트 시설은 억만장자들이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특정 도시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 자산가들이 삶의 질을 찾아 플로리다로 향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셋째, 은퇴 자산 보존과 전통 산업의 성장이다. 플로리다는 오랫동안 부유한 은퇴자들의 안식처로 여겨져 왔다. 주 정부의 강력한 자산 보호법은 채권자로부터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을 주어, 은퇴 후 자산 보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최근에는 '크립토 허브'와 같은 신흥 산업의 이미지보다는, 켄 그리핀의 시타델(Citadel)과 같은 거대 헤지펀드 이전이 상징하듯 전통적인 금융, 부동산, 그리고 프로 스포츠 산업이 크게 성장하며 양질의 투자 기회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로섬 게임'의 오류: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지고 있는가?

플로리다의 급부상을 보며 많은 이들이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쇠락을 예견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관점이 사실과 다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플로리다가 성장하는 동안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억만장자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수는 221명으로 미국 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뉴욕 역시 150명으로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들 지역의 억만장자 수도 2001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수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특정 지역의 부가 다른 지역으로 단순히 옮겨가는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한 자산 관리 전문가는 "우리는 지난 20년간 기술 혁신과 자산 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전례 없는 부의 창출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며, "문제의 본질은 부의 '이동'이 아니라 부의 '팽창'이다. 미국 전체의 억만장자 파이가 커졌고, 플로리다는 그 커진 파이의 가장 큰 조각 중 하나를 가져가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억만장자 총인구는 2001년 128명에서 2025년 906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즉, '억만장자 인구의 대이동'이라는 표면적 현상 아래에는 '미국 내 신규 억만장자의 폭증'이라는 근본적인 동력이 숨어있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기술과 혁신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있고, 뉴욕은 글로벌 금융의 수도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새로 창출된 막대한 부를 가진 이들이 어디에 정착할지를 결정할 때, 플로리다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반면, 텍사스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며 플로리다에 추월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텍사스 역시 주 소득세가 없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플로리다가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기후, 자산 보호 등 복합적인 매력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플로리다의 억만장자 급증 현상은 미국 경제의 역동성과 부의 지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이는 단순한 부자들의 이주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이어진 자산 가치 상승이 만들어낸 새로운 부의 팽창과 그 분배에 관한 거대한 서사다. 플로리다로의 자본과 인재 유입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동시에 부동산 가격 급등과 부의 불평등 심화라는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앞으로 플로리다와 미국 전체의 부의 지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자료 (Reference)

  • Forbes Billionaires Evolution data (As of June 2025)
  • Datapulse (datapulse.de)